제 인생(이라 쓰지만 사실은 일경험)을 소개합니다
진짜 어쩌다... 개발자?
어제 합격 통보 받고 새벽에 잠 안와서 꼬박 새고 써보는 인생 회고글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예전에 써둔 글들을 블로그에 업로드하면서 다이나믹했던 20대의 제 이력을 한번 정리해볼까 해서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겪어온 경험들 중에 꽤 자랑스러운 경험이 많았는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는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대놓고 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20-21. 대학 입학과 첫 알바
2016년 11월 01일 ~ 2017년 06월 순천향 대학병원 임상병리과 사무보조
당시 저는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입학했습니다. 솔직히 전공은 취업 잘되는 과를 선택해서 성적 맞춰 들어갔고요. 그러다가 태어나 난생 처음으로 순천향 대학병원에서 사무보조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어차피 나중에는 회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싶으니 알바도 사무실에서 컴퓨터 두드리는 일을 하자는 마음으로 알바몬에 열심히 지원했지요. 그리고 아주 운이 좋게도 덜컥 붙은 대학병원에서 8개월간 일을 하게 됩니다. 그때는 팩스를 보내거나 프린트를 하거나, 서류를 전산상에 등록하는 스캔 작업, 타이핑 작업 등 아주 기본적인 사무 업무를 했습니다. 함께 일했던 선생님이 난생 처음으로 스타벅스를 데리고 가주시고 상품권도 선물로 자주 주셨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경험이라 아직 생생한 기억입니다. 그때는 많이 혼나고 낯도 가려서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일이 익숙해지고 루틴을 갖추니 어느 순간 같이 일하는 선생님이 휴가를 가고 혼자 근무할 수 있어졌던 게 생각납니다.
22-23. 대학을 휴학하고 계약 근무
2018년 5월 14일 ~ 2019년 5월 13일 요기요 영업관리팀 QC
알바를 그만 두고나서는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1학기를 보냈습니다. 전공도 학교도 불만족스러운 와중 호기롭게 반수를 선택해 학교를 휴학하게 됩니다. 휴학하고서는 반년은 그냥 모아둔 돈 까먹으면서 공부하는 척 하고 쉬었습니다. 남은 반년동안은 다시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와중에 요기요 영업관리팀의 사무 업무 공고를 보게 됩니다. 그래도 한 번 해본 일이라고 간단한 사무직 일은 자신이 있었으니 호기롭게 면접을 봤고 면접 날 깜짝 놀랐습니다. 반바지를 입고 오신 관리자분이 제 이력을 보면서 무탈히 나이스하게 같이 일하자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1년간 계약 근무를 하게 됩니다.
당시 1년 계약직 근무를 하면서 정말 좋은 동료분들을 만나고 술도 왕창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랑 어울려 스몰토크를 한다거나 유한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배워나간 것 같아요. 그렇게 다닌 회사에서 퇴사하면서는 에어프라이어랑 숙취 해소제(?)도 선물로 왕창 받았습니다. 이때는 대인관계가 어려웠던 사회초년생으로 잘 사교하는 법을 배우고 큰 기업에서 전산 처리나 위계, 지독한 정치질(?)을 대학생 신분으로 미리 볼 수 있는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23-24. 장기 봉사활동과 상장!
2019년 6월 13일 ~ 2020년 6월 28일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1년 계약이 만료된 후에 저는 꽤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돌아갈 곳이 있는, 실업급여 수급 상태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아직 학교로 복학하기 전이어서 남는 시간동안 뭘 하면 좋을지 매번 고민이었는데 당시 회사를 같이 다닌 동료가 봉사활동을 추천해줘서 다니게 됩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그 당시 장한평역에 아름다운가게)을 처음 갔는데요. 그때 경험한 봉사가 참 좋았던게 겪어본적 없는 손님 응대나 포스기 전산 업무를 다뤄볼 수 있던게 좋은 경험 같습니다. 역시 해보기 전까지는 무서웠던 일이 막상 제가 하게 되니 별게 없고 아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전 회사에서 배웠지만 모르는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이번 봉사에서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또, 덕분에 가게서 파는 옷이나 물건들도 많이 구매하고 가지고 있는 옷, 책 기부도 해서 자원을 다시 활용하고 미니멀라이프의 가치를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짜로..!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 책이랑 다큐멘터리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그 때 구매한 3,500원 짜리 백팩을 메고 다닙니다.
어릴때부터 상복은 없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봉사활동으로 장학금도 타고 구청장 상장도 받아서 너무 기뻤던 해였습니다. 공부론 못타봤지만 봉사활동으로 장학금이라니..!
24. 방학 내내 현장실습
2020년 1월 2일 ~ 2020년 2월 21일 매스씨앤지 마케팅실 실습
2020년 7월 ~ 2020년 8월 SnC 경영컨설팅 실습
3학년 때는 학교 연계로 현장실습을 다녔습니다. 이때도 여전히 일을 더 배워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늘 속에 있어서 학교 수업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배우는게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치만 이때를 기억해보면 최악의 한해였던 것 같습니다.
기대했던 마케팅 실습은 그냥 국가 예산에서 자신들이 수주할만한 예산 목록을 기록해서 전산화하는 작업이라 단순 노동 반복이었고, 경영컨설팅 회사는 지독한 술문화를 보여준 곳이었습니다. 반항아 기질이 가득 차서는 술문화에 반항했다가 따로 불려가 술자리 내내 잔소리 들어야 했습니다. 헤헤… 결국 그 날 집에 가는길에 울면서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그 잔소리 당사자분이 사과하셔서 그냥 군말없이 두달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어려운 회사는 내 생에 없어야한다! 라는 가이드라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실습을 다니는 동안에 학교를 다니며 배운 기업 분석 내용(PEST, 벤치마킹 분석 등)을 실제로 적용해 그걸로 만든 자료가 실제 공기업에 컨설팅 자료에 포함되기도 해서 뿌듯했던 기억입니다.
25. 졸업과 사무보조 아르바이트
2020년 11월 ~ 2021년 1월 티머니 마케팅팀 사무보조
2021년 3월 ~ 2021년 9월 에스티유니타스 SCM팀 사무보조
4학년을 마치고 졸업이 다가오면서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좋을지 기로에 섰던 시기입니다. 경영학을 배우면서 마케팅을 해야겠다 다짐했는데 당시에는 디지털 마케팅이 성행했습니다. 그래서 부전공으로 CRM & 디지털 마케팅을 배우게 됩니다.
학교를 재학하면서 아르바이트로 티머니와 에스티유니타스를 다니게 되는데요. 티머니는 3개월 계약직만 뽑는 체계로 오전 아르바이트를 진행했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하고 추출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데이터는 마케팅 보고서의 재료가 됐고요.
부전공 수업에서 배운 R을 활용해서 전처리를 코드로 진행했는데 근무시간 4시간 중 1시간이면 수기 작업을 포함해도 끝나서 남는 시간에 강의 들었던게 기억납니다. 이를 기점으로 코드를 활용한 자동화의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다른 회사를 다니면서도 느꼈지만 자동화 할 수 있는 수많은 부분을 값싼 인력(저요!)으로 대체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기를 다니면서 저는 R, Python을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전처리와 분석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만두는 날, 짧게 일했지만 감사하게도 이렇게 편지를 남겨주셔서 지금까지도 보관중이랍니다.
26. 국비지원 교육과 첫 취업
2021년 12월 ~ 2022년 5월 멀티캠퍼스 데이터 사이언스 전문가 과정
2022년 8월 8일 아이스크림아트 데이터 분석가 인턴으로 첫 취업!
계약직, 알바, 실습생 신분을 전전하던 시기에 국비지원 교육을 알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데이터 사이언스를 선택했습니다. 학과 과정에서도 통계 수업은 자신 있었고 부전공 수업으로 R, python을 다루는데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데이터 사이언스를 선택해 강의를 듣고 점차 ML/AI 모델링, Django와 같은 웹 프레임워크도 슬슬 알게 된 시점이지요.
교육을 듣는 중에 아주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감성 서점 이라는 주제로 책에 나온 키워드와 음악에 나온 가사를 매칭해 유사한 결과를 보여주는 새로운 형태의 서점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멀티모달을 활용한 꽤 재밌는 아이템이었던 것 같은데 당시에는 부족해 책 소개글과 가사 정도만 가지고 만들어 우수상을 받은 기억입니다.
위 프로젝트 경험을 작성한 이력서로 아이스크림아트에서 첫 면접을 보게 됩니다. 태어나서 정규직 첫 면접이었습니다. 면접 당시 모르는 개념이 많은 지원자였는데 오히려 짧은 경험에 모르는게 당연하다며 아는척 하지 않는 모습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그래서 아주 운좋은 첫번째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27-28. 본격 신입 사원 시작. 주니어 개발자로 성장
2022년 11월 8일 ~ 2024년 9월 20일 아이스크림아트 ML Application 개발자
데이터 분석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작은 회사 특성상 모델 데모 페이지도 만들어야하고, 모델 훈련도 해야하고, 백엔드 개발도 해야하는… 잡부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뭘 좋아하는지 자신있는지 잘하는지 알지 못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업무 경험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AI 서비스 기획을 할 일도 꽤 있었는데 제가 생각하는 좋은 아이템을 대표님께 발표드리니 한번 개발하라며 TF 팀도 꾸려주셔서 재밌는 업무들을 했습니다. (시장엔 출시하지 못했지만요.)
그때 직접 시연을 하면서 보여드리기 위해서 회의실에 현장을 꾸미면서 기대에 찼던게 아직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TF 인력상 제대로 만들진 못했습니다. 그것 말고도 기술세미나, 연구세미나를 통해 각자 매주 논문을 읽고 리뷰하거나 유데미 강의를 결제해줘서 소장님이 직접 교육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때 정리한 공부 내용을 깃허브에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AI 연구소에서의 저는 AI 모델링과 분석에 특화된 인력으로 두고싶어 하시고, 저는 뭔가 만드는게 재밌는 사람이라 개발업무를 주도적으로 하고싶어서 다른 길을 탐색하고파 퇴사를 결심하게 됩니다.
28-29. 퇴사 - 교육 - 부트캠프 - 취준 - ?
2024년 9월 23일 ~ 2025년 2월 AWS Korea와 함께하는 클라우드 아키텍처 교육
약 3년전에 들은 국비교육으로 더이상의 국비교육은 들을 수 없지만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소프트웨어 교육 SeSAC의 기회가 있어 작년과 올해에 걸처 듣게 되었습니다. 기존 회사에서는 온프레미스 서버 위주로 개발하고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버를 구축하는 회사는 많지 않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줄 알아야 개발자로써 더 좋은 역량을 갖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클라우드 아키텍처 교육을 통해 VM 서버 가상화 개념부터 퍼블릭, 프라이빗 클라우드까지 배우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물론 모든 과정을 온전히 다 숙지할 수 없는 빠른 속도였지만 그래도 앞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 좀 더 유연하고 빠르게 습득했던 것 같습니다. 또 프로젝트를 통해서 개인적으로는 접하기 힘든 쿠버네티스 상에서의 개발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무료 교육인데 점심 식대도 제공해주고 AWS 공인 자격증 비용도 지불해주어서 오랜만에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분야로 다시 취업해야할지 고민했고 데이터 엔지니어 직무로 취업하겠다고 다짐합니다. 기존 AI 업무를 완전 배제한 것도 아니고, 데이터 전처리는 잡부때 열심히 해봤고, 적당히 쿼리를 짜본 경험, Airflow 사용하고 스터디했던 경험들로 직무를 결정했습니다.
2025년 3월 ~ 2025년 5월 NIPA-AWS Developer 부트캠프
교육을 통해 익혔던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중심의 짧은 부트캠프를 수강하면서 이해가 어려웠던 AWS 클라우드 부분을 조금 더 강화하게 됩니다. 교육을 수강한 후에 데이터 파이프라인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주도하에 진행하게 되었고 개발자 과정에서 대상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젝트였지만 팀원들간 불화가 생길 때의 현명한 대처와 공수가 부족할 때는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게 좋은 방식인지 배웠던 경험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ㅠㅠ…) 제 손을 많이 거쳐간 프로젝트였고 발표도 단독 진행해서 정말 큰 애착이 생긴 프로젝트 입니다.
2025년 6월 …!
쉼없이 달려온 20대. 이제 반년 남았습니다. 제게 20대는 얼레벌레 경영학과를 다니면서 학교 안과 밖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면서 제게 잘 맞는 일이 무엇인지 한참 찾았던 시기입니다. 졸업 후에 갈피를 잡았다 생각한 시점에도 거기서 머물지 않고 제가 더 잘할 수 있는 일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봤습니다. 사이사이에 더 많은 알바와 자잘한 교육이 들어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 근조기 배송 회사, 인터넷 방송 관리자, 사업 논문 조사 및 저자 연락, 소품샵 등 알바…
- 유데미 강의, 코세라 강의, AWS 스킬빌더 등 온라인 강의와 네이버 부스트코스 수료 교육…
그렇지만 오랜만에 돌아온 취업은 어려웠고, 그래서 떨리는 밤이었습니다. 고대하던 면접 합격 메일을 어제 받고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냥 기쁘다는 말도 모자라게 행복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경험중에 가장 힘든 취업 준비 기간이었습니다. 이번 취업 준비는 SeSAC에 잡코디님께도 도움받고 포트폴리오 첨삭도 모두 받으면서 매일 조금씩 더 저를 잘 어필하려고 애썼습니다. 거의 100개 가까이의 서류를 넣으면서 3번의 면접을 보았고 감사하게도 면접은 모두 합격하여 가장 가고싶은 회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20대 마지막을 보내면서. 언제나 그랬듯 일로 인정받고 진심을 다해 파고들어 빨리 배우고 성장하는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고자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개발자 안문주였습니다.